“제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
처음 이곳을 만났어요.
제가 인간으로서 살 수 있는 희망을 여기서 봤어요.
아직까지 성매매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뭔가 하고 싶고,
맞서 싸우고 싶은 게 있어요.”(p.14)
“사람들은 드러나는 것만 보는 것 같아요
어떤 형태로 성매매 현장에 들어갔든
본인들이 그것을 자각하든 안 하든
성매매라는 경험은 그 사람이 그곳을 떠나 돌이켰을 때
굉장한 상처로 남는 폭력적인 경험이라는 것은 동일해요.”(p.35)
“사실 그 언니와 제가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다른 사람이 아니죠. 왜 다르다고 생각해요?
언니가 살았던 경험과 내 경험이 다른 거고
지금 현재 상황이 다른 거지, 우린 똑같아요.”(p.56)
“이 친구들은 살기 위해 집을 나왔어요.
그럼 이 친구들이 뭘 못하겠어요?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누워 있기도 하겠죠.
하지만 전 이 친구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용감한 친구들이고, 살려고 나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살 거라고 믿어요.”(p.103)
“옆에 있어주면 힘이 되는 거야”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난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랑 같이 웃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랑 얘기도 같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도 않았고,
너희는 정말 다 때때로 대단한 것 같다.”(p.124)
“이건 우리 삶이에요.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지역에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는 마음으로 헤쳐나가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니까 이건 우리 삶이에요.”(p.168)
알고있지? 넌 혼자가 아니야
같이한다면 기꺼이 살아낼 수 있다
“친구가 넘어지면 물론 일으켜 세워줄 때도 있죠.
그런데 본인이 일어나기를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넘어졌을 때 같이 누워 하늘을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친구가 지금 잠깐 늦게 일어난들, 뒤를 돌아본들,
먹먹하게 하늘을 본들, 아무 생각이 없는들,
그때가 긴 인생에서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럴 때 같이 누워 있어주는 사람이면 좋겠어요.”(p.190)
“자활이라는 게 본인의 의지만 가지고는 안 돼요.
사회가 손을 잡아줘야 가능한 거예요.
내가 고립된 공간에서 사회로 나가겠다고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아줘야 해요.
사회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p.214)
“그 방은 굉장히 두꺼운 커튼이 있었고, 빛이 잘 안 들었고,
언니가 큰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고 아파하면서 누워 있었어요.
그곳은 손님을 받는 곳인 동시에 언니가 깔끔하게 해놓고 살아가는 곳이었어요.
최초로 제가 들어갈 수 있었던 언니의 방 안에
아픈 언니와 제가, 그 깨끗하고 정갈한 곳에 함께 있었죠.”(p.238)
“사람들한테 집결지는 그냥 지나치는 곳이에요.
눈은 떠 있어도 바로 안 보는 곳이에요. 직면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람들과 그곳을 걷기 시작했어요.
한번 보라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 보라고, 이야기해보자고.
걸으면서 하나둘씩 알게 된 거죠.
이곳에는 가로등이 없고 벤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p.263)
“성매매 문제는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들뿐 아니라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예요.
강남역 앞에 쓰인 것처럼 나는 다행스럽게 살아남은 거죠.
나는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성매매를 안 하는 거죠.
그 여성이 나일 수 있는 거예요.”(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