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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브리핑 2] 디지털성범죄 사랑과 전쟁이 아니다

  • 작성자시스템관리자
  • 작성일2018-10-11
  • 조회326



디지털성범죄는 기술매개 젠더기반 폭력으로 최근 최00 사건(연예인 불법촬영물 유포협박)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 근절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와 10문 10답을 통해 디지털성범죄의 실태가 어떠하며, 근절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았다.



Q1. 최근 어떠한 형태로 디지털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가?

 

과거에는 성인 사이트 등에 상업적 연출물(에로비디오, 포르노 등)이 대다수였으나, 근래에는 숙박업소, 공공장소 등에서 불법 촬영된 개인들의 촬영물이 오히려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 야동이라고 하면 대다수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촬영물이 불법 유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피해 촬영물을 소비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피해 촬영물이 성산업의 일부로 활발하게 유통되며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새로운 피해 촬영물이 신작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유통되며, 이를 마치 포르노처럼 소비하는 성 문화가 일종의 남성문화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하나의 오락거리나 성적 유희거리로 소비하고 있다.

최근의 범죄 형태는 비동의 불법 촬영, 동의·비동의 촬영물의 불법 유포, 여성 예술인에 대한 허가받지 않은 촬영물 게시 및 합성·변형, 여성 게이머나 인터넷 이용자에 대한 사이버 괴롭힘, 소위 지인능욕으로 알려져 있는 성적 합성물 제작·유포 등의 유형이 있다.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함께 유출하여 오프라인에서의 2차 피해를 증폭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트위터 등 SNS 계정을 탈취하여 사적 촬영물과 정보를 유출시키는 경우, 랜덤 채팅을 통해 금전 및 성의 제공, 만남 지속 등을 요구하는 유포 협박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개인 촬영물의 상업적 유포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상대 여성 몰래 다른 남성과 교환, 공유하는 형태와 단순히 SNS의 조회수를 높이거나 유명세를 타고 싶어서 본인이 소유한 불법피해촬영물을 댓글만 달아주면 보내주겠다며 무작위로 유출하는 형태, 특히 십대 사이에서 이와 같은 불법촬영물의 유포가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자리 잡으며 여성인 가족, 친척 등을 불법촬영하여 유포하는 형태 등이 나타나고 있다.

 

Q2. 상담을 통해 느낀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은 어떠한가?

 

대다수의 디지털성범죄는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데, 74%가량이 지인으로 인한 피해였다(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4.30~8.7 100일 보도자료 기준).

촬영을 한 여성들은 영상이 유포되지 않더라도 유포에 대한 불안을 겪게 된다. 또한 촬영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도 혹시나 성관계가 몰래 촬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다. 이와 같은 유포 불안에 대해서는 법이나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화장실 불법촬영물 유출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며, 많은 여성들로부터 유포 피해와 불안을 호소하는 연락을 받았다. 여성의 성적인 행위나 성적 노출이 남성과 다른 잣대로 평가, 판단되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의 디지털 성범죄는 그 관계 자체를 통제하는 일종의 성별권력이 작동된다. 이번 연예인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설사 좋은 관계 하에서 동영상을 촬영했어도 이것이 유포되었을 때의 효과는 성별 간에 차이가 있다. “안전 이별이라는 신조어도 이러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센터로 상담하는 많은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의 변화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로의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관계가 안정적일 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동영상의 존재가 관계가 불안정해지거나 악화될 때 여성들에게 큰 공포와 피해로 작동한다. 동영상의 존재 때문에 관계를 상대 남성이 원하는 대로 유지하려고 하거나, 상대 남성이 요구하는 더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새로운 동영상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유포된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보통 유포 사실은 지인에 의해 확인하게 되는데, 이 자체가 너무나 큰 고통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내가 아는 사람에게 유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발생, 영상의 유포는 온라인상에서 발생하지만 이의 실질적인 효과는 한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영상이 한 번 유포되면 완전한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디지털성범죄가 가지는 차별성이다. 디지털형태로 한 번 온라인 공간에 게시가 되면 어떠한 방식으로도 완전한 추적이나 삭제는 불가하다. 이러한 점이 피해 여성들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작용한다.

내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나의 인격과 존재가 침해당했다는 점, 영구적으로 기록된다는 점, 디지털 성범죄의 이와 같은 양상에 대해 사회는 그 심각성과 디지털 시대의 윤리성에 대해 교육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Q3.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어떤 양상을 띠는가?

 

다른 성범죄와 유사하게 피해 여성에게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게 그런 동영상을 왜 찍었냐는 말은 성폭력 피해 여성의 옷차림을 지적하거나 늦게 다니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친밀한 관계에서 성적 촬영물을 설사 동의하에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영상물이 서로 친밀한 관계였을 때는 일종의 관계에서의 즐거움으로 작동했더라도, 이의 무작위적 유포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님에도 좋아서 찍었다면서 여성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있다.

여성의 성행위를 관음하고 소비하면서 동시에 여성의 성적 쾌락을 금기시하고 경멸하는 한국사회의 성문화는 이와 같은 성적 영상물의 유포를 활성화시키며 동시에 영상의 대상인 여성만을 비난하게 한다.

 

Q4.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실태는 어떠한가?

 

유포가 확인된 지인에게 받는 비난과 동정의 말부터 수사과정에서 증거물 수집을 이유로 영상물을 재생하고 본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성적 수치심이나 모욕 등이 모두 2차 가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사가 진행된 이후 처벌을 받은 가해자가 또다시 피해자를 꽃뱀이라는 등으로 소문을 내는 등 2차 가해의 실태는 심각하다.

 

Q5. <성폭력 처벌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현재 성폭력 처벌법 14조는 타인을 촬영한 경우에만 성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인이 본인을 촬영한 영상이 유포된 경우에는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 처벌법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경우에만 처벌을 하기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판단되지 않는 불법촬영물(성적인 노출이 아닌 촬영물)은 처벌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 성적 수치심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성에 대한 기존의 성적 고정관념에 근간하고 있으며, 법 집행자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되는 지점이 있어서 실제로 여성들이 느끼고 있는 고통과 유리된 측면이 있다.

 

Q6. 디지털 성범죄가 점점 고도화되고 피해자도 계속 늘고 있는데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디지털 성범죄는 오프라인 범죄와 달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영구적으로 범죄의 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오프라인 범죄보다 죄질이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범죄의 효과가 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은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법적 처벌 강화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지점이다.

디지털 기기와 사이버 공간이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닌 또 하나의 환경이자 실재가 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는 많은 관련 법안들이 상정되어 있다. 진선미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은 201219대 국회의원으로서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던 '소라넷' 폐쇄에 앞장서며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해당 문제에 앞장섰다. 이번 취임 인사에서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여성의 삶 구현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두고, 모든 여성폭력에 대응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 성범죄 법안 제정 및 개정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촬영주체가 본인이더라도 비동의 유포를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는 방안, 불법촬영 영상물 및 촬영매체를 몰수하는 규정을 통해 유포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 심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속하게 추진될 예정이다.

 

Q7.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최고형이 징역 7년이지만 실제 판결에서의 양형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다. 경찰이 처음부터 증거 입증이 필요한 <성폭력 처벌법> 대신 보다 소극적인 <음란물유포죄>로 법을 적용한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은?

음란물유포죄로 처벌되는 경우 최대 징역 1년이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굉장히 낮다. 그럼에도 성폭력 처벌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성폭력 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특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경찰 수사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본인 확인 등을 위해 원치 않게 2차 가해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수사 과정에서는 피해자 본인이 직접 자신의 피해 증거 영상물을 제출하고 이를 경찰서에서 직접 보면서 본인 확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영상물을 찍게 된 과정에 대해 서술해야하고 그 영상물의 여성이 본인임을 확인하는 과정 또한 거쳐야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수사 과정이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이 된다.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영상의 유포와 타인이 영상을 본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고통이 있는데 현재의 수사 과정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사관 개개인의 배려심에 폭력 피해 여성들의 인격권이 좌우되고 있는 현실이다.

굳이 피해자가 자신의 영상을 수집하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불법촬영물의 게시 및 유포 자체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Q8. 불법촬영물을 보는 사람에 대한 처벌, 필요한가?

 

불법촬영물의 산업화에 가장 크게 일조한 사람이 바로 보는 사람이다. 팔리지 않는다면 영상이 이렇게 조직적이고 산업적으로 유포될 수 없다. 누구든 주소만 입력하면 타인의 성적 촬영물을 볼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은 일부 몇몇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영상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광범위하게 소비하고 있는 잘못된 성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영상물을 보는 것이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비윤리적인 행위이자 범죄 행위라는 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필요에 따라 처벌도 필요하다.

 

Q9.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사례 중 법의 한계로 지원하지 못했던 것이 있는가?

 

상담 중 가장 힘든 부분이 유포 불안이다. 이미 촬영을 했거나 몰래 촬영을 당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 남성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유포 불안을 느끼는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유포가 되면 그때 삭제 지원을 해드리겠다.”고 안내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포되지는 않았지만 촬영된 영상물(합의 하의 촬영이든 아니든)을 압수하거나 파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다른 여성폭력과 복합적 피해를 겪고 있는 사례가 많다. 가정폭력의 일환으로 디지털 성폭력(불법촬영 및 유포, 유포협박)이 사용된다거나, 성매매와 동시에 디지털 성폭력(불법촬영 및 유포)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디지털 성폭력이 아니라 이 폭력이 발생하게 된 원인인 여성폭력 상황이 변화해야만 디지털 성폭력도 중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복합 피해에 대해서는 각 개별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많은 경우 기존의 폭력 상황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디지털 성폭력도 함께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복합 피해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해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Q10. 피해자가 수사를 원치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가?

 

많은 피해자들은 완전한 삭제만을 원한다. 이는 수사 과정 자체가 피해 여성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의 피해가 재생산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피해 여성들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바랄 것이다.

현재의 수사 과정은 성폭력 처벌법을 적용할 경우 피해자 특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피해자는 본인의 디지털 피해 영상을 증거 자료로 직접 수집하여, 그 영상의 주인공이 본인임을 수사 과정에서 증명해야하는 과정에 놓인다. 이 절차 속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게 되며 아무리 수사관 개인이 조심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과정 자체가 이를 겪어야 하는 여성에게는 폭력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 이와 같은 영상의 유포 자체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법 정책의 변화와 더불어 디지털 불법 유포물을 다운 받고 보고 소비하는 문화에 대한 강력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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