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로고 이 사이트는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사이트입니다.
이슈포커스

여성폭력 예방과 근절,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슈포커스

[진흥원 돋보기_직원인터뷰] 즐겁고 힘차게 사는 페미니스트, 가을 선생님을 인터뷰했습니다!

  • 작성자홍보담당자
  • 작성일2021-05-24
  • 조회1925

코너소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팀원을 인터뷰합니다. 본인이 맡고 있는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 과정에서의 애로사항,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을 담당 실무자 입장에서 생생하게 들어봅니다. 


- 진흥원 뉴스레터의 새 코너 ‘진흥원 돋보기!’는 휘릭이가 찾아가서 듣는 생생한 팀원 이야기입니다. 네 번째 인터뷰이는 온택트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새롭게 생긴 스마트교육팀의 ‘가을’선생님입니다. 





<휘릭> 짧은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가을> 즐겁고 힘차게 사는 페미니스트 여성 ‘가을’이다. ‘가을’은 보호시설에서 일할 때 썼던 닉네임이다. 가을은 내가 가을에 태어나서 내 이름 후보 중 하나였다고 한다. 마음에 들어서 닉네임으로 종종 쓰고 있다. 


<휘릭> 본인 닉네임으로 삼행시 부탁한다.

<가을> (가)장 맛있는 음식은 비건 마라샹궈입니다. (을) 을매나 맛있게요. (휘릭-오, 마라샹궈가 비건으로도 가능한가?) OOO마라탕 OO점에서는 요청하면 채수를 이용한 마라탕/샹궈를 제공한다. 광고를 할 수는 없으므로 궁금하신 분은 따로 문의 바란다. (찡긋) 


<휘릭>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일한지는 얼마나 되었나.

<가을> 작년에 계약직으로 9개월 일하고, 올해 다시 입사해서 1년이 좀 안 되었다. 이전에 여성단체에서도 일했었고, 성평등이나 반여성폭력 관련 일을 계속 해 왔었다. 

 

<휘릭> 이름부터 멋진 “스마트교육팀”이 올해 신설되었다. 스마트교육팀은 무엇을 하는 팀인지, 그리고 팀에서 본인이 맡은 일은 무엇인가 

<가을>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작년부터 진흥원의 교육이 대부분 오프라인 집체교육에서 온라인 비대면교육으로 바뀌게 되었다. 스마트교육팀은 이러한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어느 때나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상시 교육과정인 이러닝 교육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이 스마트교육팀의 주축이 되는 업무다. 거기에 더해 성매매방지 상담원 양성교육과 기술매개 젠더기반폭력 상담원 양성교육을 운영하고 작년에 개발된 통합교육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이러닝 교육콘텐츠 개발과 교육운영 일을 맡고 있다.


<휘릭> 진흥원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특별히 소개/추천하고 싶은 과정이 있는가?

<가을> 우선 성매매방지 상담원 양성교육이다. 이 교육은 성매매방지기관에 종사하는(할) 분들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기에 모든 종사자 분들이 들을 수 없어서 추천하기는 힘들지만 소개드리고 싶다. 교육이 무려 13일 동안 100시간 진행되는 강행군인데, 그만큼 교육과정이 체계적이고 밀도 있게 배울 수 있다. 성인지 감수성부터 성매매 피해자 지원, 법, 심지어 인사노무 강의까지 정말 알차다. 나는 이전까지 가정폭력, 성폭력을 중심으로 배우고 관련업무를 했어서 사실 성매매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작년에 양성교육 3개 기수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올해도 잠깐 잠깐 지원하면서 강의를 들었는데 역시나 좋았다.

추천하고 싶은 강의는 공통역량 강화교육이다. 이 교육은 페미니즘과 성인지 감수성 등 보다 근본적인 관점을 다루는 교육이다. 여성폭력과 피해생존자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뒤집고 흔들어 보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공통역량 강화교육은 아직 못 들어봤는데, 얼마 전에 진행된 <젠더×인권 이슈특강 1차: 차별과 폭력을 넘어 (책으로 사유하기)> 교육이 아주 좋았단 후기를 들었다. 이어질 강의들은 꼭 들어보고 싶다.


Imagen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봄날 <젠더×인권 이슈특강 1차: 차별과 폭력을 넘어 (책으로 사유하기)> 저자 특강 



<휘릭> 성매매방지상담원양성교육은 진흥원에서만 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가을> 가정폭력, 성폭력 상담원 교육은 전국 상담소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성매매방지 상담원 양성교육은 말씀하신 대로 오로지 진흥원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양성교육이 온라인 과정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지역에 계신 분들이 더 편리하게 교육을 들으실 수 있게 되었다.


<휘릭> 오늘 회의 전 음료를 구입할 때,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우유를 두유로 변경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평소 실천하고 있는 바가 있나

<가을> 눈치챘겠지만, 완전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 동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것은 먹지도, 입지도, 쓰지도 않는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비건 실천을 하게 된 계기는 기후 위기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난 뒤였다. 지구온난화가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이에 축산업이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옥수수 16kg를 소에게 먹여야지 소고기 1kg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 씨리얼, “기후위기, 어떻게 하면 되나고요?(QnA)”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석 연료, 물, 곡물, 곡물 재배를 위한 땅 등 어마어마한 자원이 낭비된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수명이 10년도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기후 위기였고 점점 동물권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비건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휘릭> 매우 공감한다. 저도 늘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하지만 최근 페스코 실천을 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완전 비건으로 살고 싶다. 같은 방향성을 가진 선생님을 만나 정말 반갑다.

<가을> 나도 반갑다. (웃음) 같이 비건 음식 먹으러 가요.


<휘릭> 가을 선생님을 애기를 들으니, 권김현영 선생님의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책 제목이 떠오른다. 삶의 전반의 방식을 바꾸게 되고, 그로 인해 주변인들과 어느 정도 갈등이 생길 불편을 감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가을> 동감한다. 나도 그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은 사실 어떤 문제에서나 피할 수 없는 지점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의 가치와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천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대로 살 것이다.


<휘릭> 진흥원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을> 무엇보다 사람이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하반기로 사업이 미뤄지면서 일이 몰려 다들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팀 동료분들이랑 서로 위로하고 웃으면서 그 시기를 잘 보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이 정말 편했다. 일은 원래 힘든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일에 무게를 덜어주는 것도 더하는 것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에 퇴사하면서, 이 좋은 사람들이랑 꼭 같이 일해야지, 꼭 진흥원에 돌아와야지 하고 결심했다.

  또 하나는, 진흥원 선생님들은 각자 개성이 정말 뚜렷하다. 가끔 어떤 조직은 조직원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고 느꼈다. 겉모습만 봐도 각자의 모습대로 자유롭다. 다양한 선생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는 내가 집단 안에서 튀는 존재로 취급될 때가 많았다. 머리도 짧고, 페미니스트에 비건 실천까지 하고 있으니 다들 나를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특히, 논비건 사이에서 비건으로 존중을 받은 기억이 잘 없는데, 진흥원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땐 거의 비건 식당으로 간다. 한 번은 논비건인 선생님이 나를 집에 초대해서 비건 음식을 해 주기도 했다. 정말 최고다. 오늘 팀 회의 때도 동료 선생님이 비건 간식을 사 와서 같이 나눠 먹었다.


<휘릭> 여담이지만, (사실 이 인터뷰의 목적 자체가 여담이다.) 가을 선생님의 독특한 양말들에 정말 관심이 많다. 양말은 주로 어디서 구입하는지 

<가을> 너무 웃기다. 안 그래도 진흥원에서 양말 어디서 사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비건 실천을 하다 보니 새로운 옷도 최대한 구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옷차림에 개성을 주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튀는 색과 모양의 양말을 몇 개 샀다. 그런 걸 신고 다니다 보니 휘릭님 외에도 저를 양말로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더라. 그래서 선물로 다들 양말을 많이 사주셔서 지금 양말 상자가 터지는 중이다. 구입처는 따로 알려드리겠다. (휘릭: 가을 선생님께 향후 몇 년간 양말 선물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 참고하시라.)


<가을의 양말 컬렉션 중 일부>




<휘릭> 진흥원에서 일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

<가을> 진흥원에서 근로자 고용 조건 개선을 위해 계속 힘쓰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여전히 원내 많은 직원들이 단기계약의 형태이다. 나도 단기계약직으로 근로를 여러 번 했는데 너무 불안하고 힘들었다. 직장이 좋고, 일이 재미있어 열심히 하면서도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사실 많이 지치기도 했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진흥원 내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나 더, 직원 교육이나 조례 등 행사를 할 때 제공하는 간식이 거의 논비건 음식이다. 그래서 간식시간에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비건 들도 먹을 수 있도록 선택지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휘릭> 마지막으로 구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가을> 갑자기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어렵더라도, 일주일에 한 끼는 채식을 실천하길 권해본다. “멋있다, 나는 못하겠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비건은 절대 어렵거나 힘든 게 아니다. 먹을 때마다 성분표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너무 까다롭지 않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비건을 실천하며 즐거운 점이 더 많다. 언제든지 비건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면 연락달라. 그리고 제 점심시간은 늘 열려 있으니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