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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66호_김복동 여성인권 운동가님에게 띄우는 편지] 선생님과 함께일 수 있었던 모든 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그저 나비처럼 훨훨 세상을 누비시기를

  • 작성자진흥원
  • 작성일2019-02-26
  • 조회1253

[뉴스레터 66호_ 이십대의 눈으로 다시보기]


선생님과 함께일 수 있었던 모든 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그저 나비처럼 훨훨 세상을 누비시기를


-김복동 여성인권 운동가님을 그리워 하는 20대 김 유진님이 보내온 편지-




김복동 여성인권 운동가님께


안녕하세요! 故 김복동 선생님.

선생님을 처음 뵀던 날이 떠오릅니다. 


 저는 22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수요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한껏 겁을 먹고 양말을  여러 겹 신은 채 대사관 앞에 앉아 시위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발이 너무 시려 간지러울 정도의 강추위에 저도 모르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때, 무대 앞 쪽에 앉아계신 선생님을 보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부인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 동안, 그 자리에 계셨을 선생님을 보았습니다. 선생님께 몇 번의 겨울이 지나갔을지 생각하자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항상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시는 선생님을 뵐 때면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항상 남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아요. 돈도 바라지 않아요. 나한테 다른 것은 없어요. 일본에게 사죄받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요. 우리들 운동에 응해주고 고맙다고 진짜 고맙다고 끝까지 마음 변하지 않고 같이 응해주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peep-ple in seoul,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의 간절한 이야기, Her Story」에서


 제가 선생님께 더 이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 그 때부터였습니다.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맘을 가지는 것 자체가 짐을 드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뵈면서도 저는 감사함에 눈물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직접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스러울 뿐입니다.
해서 늦었지만 이렇게 편지로나마 감사함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내셨던 목소리는 지금도 세상을 채우고, 선생님의 모든 발걸음은 저희에게 용기이자 사랑이 되었습니다. 남은 저희들은 선생님의 목소리를 길잡이로, 힘으로 실천하며 더 나아가고자 합니다. 선생님께서 해오신 말들을 되새기며 그 힘으로 전쟁 상황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놓여지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야기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낼 것입니다. 지켜봐주세요.


 선생님께서 고향에 계실 적에 봄마다 피는 매화를 기다리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매화는 고결한 마음, 미덕을 뜻한다고 하지요
 평생을 투쟁하며 살아오신 선생님, 이제는 저희가 매화 같던 선생님을, 봄 같은 따뜻함을 주셨던 선생님을 그리워합니다.


 선생님과 함께일 수 있었던 모든 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그저 나비처럼 훨훨 세상을 누비시기를, 영원히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김복동 여성인권 운동가님을 그리워 하는 20대 김 유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