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의 채비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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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포커스 5호] “미투의 벽, 그 벽을 깨는 망치사용법을 논하다”

  • 작성자시스템관리자
  • 작성일2018-12-26
  • 조회200


<기획의도>

"대화, 소통의 시작은 궁금함" 채비(채움과 비움)포커스는 우리사회 차별과 폭력 근절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대중의 궁금함을 함께 고민하고 논할 수 있는 장으로서, 성평등 문화 형성을 위하여 우리가 어떤 것을 함께 채우고, 어떤 것을 비워야 할지 소통해보았으면 합니다.

채비포커스는 사회적 이슈, 현안을 주제로 다양한 인물 및 단체?기관 등의 인터뷰로 진행되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 원장 혹은 외부인사 주도로 진행됩니다.


※ 우리사회의 #with you를 위한 준비로서 함께 ‘채비’해 보는 시간, 여러분의 인터뷰 참여를 기다립니다.








지난 3월 8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는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없이 안전하게 미투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자 직장내 성희롱·성폭력신고센터를 개소하였다.

100일이라는 한시적 기한을 두고 운영된 센터는 피해자들의 폭발적 미투로 2018년 12월까지 연장운영되었고, 신고센터에는 286일 동안 1,5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이중 신고자가 신고의사를 밝혀 사건처리단에 회부 된 327건의 사건 중 36건이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각하된 36건의 사건에 집중하고자 한다. 우리사회 만연한 성차별적 조직문화 속에 성희롱 피해를 입고 미투했지만, 조직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벽’과 피해자 지원기관으로서 벽을 깨는 ‘망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지난 11월 성폭력피해자 집중지원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하여 여성의 생존권과 안전을 보장받는 성평등한 사회구축을 위한 벽들을 깨자는 메시지를 담은 ‘망치’ 브랜드를 제작한 바 있음.


  변혜정 원장 : “올해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미투와 관련하여 피해자와 조력자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가장 많이 논의된 이야기는 현실의 벽을 깨기 위해 법을 바꾸고 제도를 만들자는 이야기였다.
  벽은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벽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는 그 밑바탕에는 정책입안자부터 공직사회에 있는 누군가까지 ‘저 피해가 정말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인가’라고 의심하는 ‘의심이 벽’이 있다.
  2018년 마지막 채비포커스에서는 피해자와 조력자 앞에 존재하는 벽에 대한 이야기와 균열을 내는 구체적인 방안, 즉 벽을 깨는 망치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채비포커스 5호에는 대학내 피해 학생을 지원하는 중앙대학교 인권센터 김경희 교수와 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대표, 최주영 변호사가 참여했다. 내용 일부에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성폭력연구소 조중신 소장의 이야기도 첨언되었다.



피해자 지원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현실의 벽’



  임윤옥 대표(한국여성노동자회) : “피해를 다퉈야 한다는 것 자체가 성차별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피해를 피해라고 말하기 위해 우린 수많은 사회적 통념과 다투면서 입증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 내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 혹은 직장내 성범죄 문제 다루는 센터 등은 피해자에게 공감한다고 해서 생략할 수는 없는 부분들이 생겨난다. 즉 피해를 다투는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경희 교수(중앙대학교 인권센터) : “미투 국면에서 다양한 사건을 만나다 보니 정말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신고센터는 개소 목적만으로도 전적으로 피해자 입장에 선다고 천명할 수 있으나, 인권센터는 학내 일어나는 차별과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개 기관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예를 들면 인권침해적인 막말이 신고로 들어왔을 때, 피해자 관점을 전적으로 취해서 바로 분리조치해야 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더라.
  다른 직장내 문제처럼 일대일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와 학생은 교수의 수업배제를 했을 시 다른 학생들까지 타격받는 경우들이 있어서 ‘배제까지 해야 할 일이냐,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도 보장해 달라’ 등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에 따라서 대책위원회에서 결정이 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다.”




  최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 “이해한다. 변호를 할 때 한 쪽을 변호하면 됐는데, 컨설팅 위원으로 기관에 가보니 결국에는 기관에서는 사건을 처리하고 확정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기관에서는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려야 하고 사건을 처리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피해자가 느꼈을 감정조차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처리가 아닌 가치관을 관철시키는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피해자 입장에서만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는 듯 했다.
  또 한 가지 느낀 것이 심의기관의 위원들이 판사화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기관에서 느끼기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역으로 행정소송을 제시할 수도 있고, 검찰까지 갔다가 증거가 없어서 다시 돌아오는 문제들이 많다보니 보수적인 판사의 마인드로 판단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다. 판사 교육을 받지 못한 심의위원들이 젠더 감수성을 충만하게 갖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다 보니, 스스로도 갖는 압박감이나 부담이 매우 심하다. 그러다보니 상황을 자꾸 무마, 사건을 종결시키려 하다보니 더욱 큰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이런 것이 기관에서 느끼는 현실이 벽이 아닐까 싶다. 이런 벽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내리는 제도보안, 지침 강화, 교육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건을 판단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고, 명확한 표준 규정을 내려줘야 한다.
  법에 기대지 말고, 조직 내에서 해결할 일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을 지침으로 지속적으로 내려줘야 한다.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 판단하지 말고 분리조치부터 하라던가, 충분히 들으라던가 등의 몇 가지 초기 대응 방법만 명확히 내려줘도 서로 부담도 줄어들고 2차 피해도 덜 수 있다.”


 

 김경희 교수 : “사건을 다룰 때 법률 자문이나 대책위원회에서 보통은 물리적 증거가 있는가를 묻는다.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증거물을 갖기가 쉽지 않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황에 대한 관점을 적용해서 판단한다. 때문에 법으로 사건을 다루는 것 보다는 공동체적 해결이라는 프레임이 매우 중요하다.
  피해자가 역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사건들은 마치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전형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경우 학내 인권센터 등 공동체에서 전수조사를 하거나, 그 과정에서 내려진 결정 등이 피해자에게 도움으로 크게 작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에 대한 축적이 중요하다.”


  임윤옥 대표 : “공동체적 해결에서 현재 현행법 보다 좀더 높은 수준의 협의를 끌어낸다면 정말 좋은 사회적 메시지를 줄 것 같다. 그러나 30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공동체 내에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린 지금 ‘어디까지 처벌해야 하나’의 사회적 합의가 충돌하는 지점에 와 있는 것 같다. 국가적 문제인 만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공론화 시켜서 사회적 합의를 통한 기준을 이끌어 내야 한다.”


  김경희 교수 : “소규모 공동체인 경우는 피해자를 조력할 수 있는 센터 등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만큼, 지역별로 설립된 여성인력개발센터처럼 ‘위드유 센터’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해자 논리로 만들어지는 ‘의심의 벽’을 깰 방안은?




  변혜정 원장 : “앞서 피해자를 지원하고 계신 학계, 노동계, 법조계에서 피해자 지원을 하며 부딪혔던 현실의 벽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또 한 가지 현실에 부딪히게 되는 벽이 바로 ‘의심의 벽’이다.
  의심의 벽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가해자들의 논리이다. 가해자들의 논리는 언제나 비슷하다. 그 정형화 된 말들에 대한 데이터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의 말을 입증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을 때, 피해자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참 어렵다. 그래서 유형화된 내용들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이나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중신 소장(한국성폭력위기센터 성폭력연구소) : “실제로 신고센터에 접수돼 컨설팅을 나가고, 조사가 끝나고 나면 가해자들은 대부분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부인하거나, 음해이고, 보상을 노리고 신고했다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 과정에서 악의적 소문을 내거나, 가해자가 조직에서 힘이 있는 위치에 있는 겨우 피해자나 조력자에게 부당이익을 주거나, 역고소, 행정소송 등을 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강렬한 방어기재를 보인다.
  학교 등은 인권센터가 있어서 상담원이 있지만, 다른 조직에서는 인사과나 총무과 등에서 상담창구를 운영하는 곳이 많아 가해자의 이런 행동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임윤옥 대표 : “내부 시스템이 가지는 한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피해자가 어떤 조직에 속하느냐에 따라서 프로세스가 달라져야 하는 거죠. 민간기업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공공기관에서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진행할까. 피해자에게 어떤 구제 조치가 이루어 져야 하는가.
  소송으로 이어지기 전, 가해자와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때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면서 구제절차를 밟을 것인가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김경희 교수 : “조직의 형태가 다양하고 피해유형이 다른 만큼 꼭 한 가지 방법으로 조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을 개발해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인식의 벽’




  임윤옥 대표 : “조력의 활동들을 하다보면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시선이 부딪히곤 합니다. 아직까지도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는 없는 상황이고, 미투 국면에서도 예산은 깍이는 상황인데,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니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미투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확장되어야하는데 어떤 벽들에 의해서 우리의 목소리로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것은 어떤 기관이 주도하고, 누군가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연대해야 가능한 문제인 것 같아요.”




  변혜정 원장 : “성희롱 문제는 민법으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는 기존의 법체계 또는 인식체계에서는 개인간의 문제로 논의되어 왔지요. 개인이 알아서 하던 문제를 사회문제로 공론화 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간극이 있는 것이겠지요.
  이 문제가 개인의 고통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이상의 사회적 고통이라는 부분을 대중들과 공감하면서 수많은 벽을 깨는 망치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고통으로만 본다면 이 문제는 영원한 벽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오늘 채비포커스를 통해 해결은 없지만 현실의 벽, 의심의 벽, 인식의 벽을 의제화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어떻게 두드리고, 어디를 두드려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해 봤습니다. 오늘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 새해에 두 번째 이야기로 다시 찾아뵈야 할 것 같네요.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