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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포커스 4호] “스웨덴의 미투운동 : 익명으로 연대하다”

  • 작성자진흥원
  • 작성일2018-10-10
  • 조회2382


<기획의도>

“대화, 소통의 시작은 궁금함”

채비(채움과 비움)포커스는 우리사회 차별과 폭력 근절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대중의 궁금함을 함께 고민하고 논할 수 있는 장으로서, 성평등 문화 형성을 위하여

우리가 어떤 것을 함께 채우고, 어떤 것을 비워야 할지 소통해보았으면 합니다.

채비포커스는 사회적 이슈, 현안을 주제로 다양한 인물 및 단체, 기관 등의 인터뷰로 진행되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 원장 혹은 외부 인사 주도로 진행됩니다.


※ 우리사회의 #with you를 위한 준비로서 함께 ‘채비’해 보는 시간, 여러분의 인터뷰 참여를 기다립니다.




  연대로서 미투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과 스웨덴의 자매들이 만났다. 그녀들은 서로 처음봤지만, 금방 자매를 만나듯이 서로를 얼싸 안았다.


  스웨덴의 미투 운동을 이끌었던 배우 수잔나 딜버 씨와 연출가 박영희 씨, 또 다른 연대자 변혜정 원장이 이어가는 미투 이야기.




성평등지수 3위 스웨덴에도 자매는 있었다


변혜정 원장 : “스웨덴의 성평등 지수는 최고라는 인식이 크다. 우리가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 스웨덴에서 #METOO가 발생했고, 동시에 많은 분들이 연대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배우 수잔나 딜버 : “스웨덴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평등할 것을 강조한다.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도록 처벌이 법제화 되어 있으며, 성평등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행동들이 이루어져 왔고, 묵인해 왔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다 보니 폭발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미투 운동은 예술계 뿐 만 아니라 전혀 다른 65개 분야에서도 함께 일어났다. 이 사실은 미투 운동이 예술분야의 특수현상이 아니라 전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별의 문제이며, 권력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 준다.”



박영희 연출가 : “스웨덴에서 미투하는 여배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놀란 것이 사실이다. 전세계적으로 성평등 한 나라로 꼽히는 스웨덴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구나 하는 점에 놀랐다.


  수잔나 딜버의 말처럼 때가 온 것이 맞는 것 같다. 우리는 계속적으로 이야기 해왔지만 대중들과 사회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고, 대중들 또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관심을 갖고 들어줄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다. 


  이런 다양한 맥락 속에서 우리는 처음 봤지만, 자매를 만나듯이 얼싸 안았다. 공통의 답답함, 분노가 있어 오늘 같은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을까.”



모든 것을 걸고 개개인이 미투하는 한국

집단의 목소리로 이어가는 스웨덴의 미투



변혜정 원장 : “한국에도 미투운동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tbc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힘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 그럴까? 물론 그 뒤로도 유명한 사람들의 미투가 이어지며, 사람들이 유명 미투만을 기대하는 말도 안되는 현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웨덴의 미투운동도 이어지기 까지 무엇인가의 촉발제가 있었을 것 같다.”



수잔나 딜버 : “시작점은 아무래도 미국의 유명한 미투와 해시태그 운동이 컸다. 스웨덴에서 자신이 이야기를 SNS를 통해 이야기하고 이슈화 되면서, 우리는 언론의 힘을 빌리기 보다는 동료들과 연대하는 것을 선택했다.


  동료간에 터놓는 대화와 연대를 통해서 미투운동을 이어간 결과 48시간 만에 500명 가까운 배우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스웨덴의 많은 사람들이 분명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고, 그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야기의 주인으로서 당사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확인하고 점검하기 위해 무엇이 문제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질문하고 이야기 나누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이슈 자체에 중요성을 두지 않고, 어떤 것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변혜정 원장 : “굉장히 빠르게 연대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나라와 다르게 미투운동을 끌어가는 스웨덴 만의 힘이 어떤 것이었다고 생각하나?”



수잔나 딜버 : “스웨덴의 미투 운동은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 모두 실명을 거론하거나 명명하지 않는다는 것, 즉 익명성에 기반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일 것 같다. 


  우리의 미투운동은 집단의 목소리로만 표명되었고, 단순히 개인의 사건, 큰 사건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구조적 문제라는 것, 우리사회 일부의 문제가 아닌 여성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의 문제로서 접근 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가는 힘,
‘페미니즘적인 담론’은 이미 형성되었다



변혜정 원장 : “앞서 언론의 힘을 빌리는 것을 이야기하셨는데, 언론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낼 때는 장단점이 있다. 명예훼손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미투가 또다른 성별 갈등을 더 크게 조장한다는 비판도 한다. 언론의 힘 없이도 대중의 관심을 끌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수잔나 딜버 : “물론, 스웨덴의 미투 운동의 경우에도 언론의 이슈화, 관심의 집중도 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야기는 있되 실제 당사자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던 것만이 유일한 차이이다.


  기본적으로 스웨덴의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상 페미니즘적인 담론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런 사연들이 익명으로 전달된다고 하여도, 사건의 끔찍함 정도만으로도 이슈화 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예를 들면 미투 운동과 관련하여 정부관료들이 굉장히 심각하게 내용들을 받아들였고, 정부 차원에서 미투 성명이 있었던 당일에 국립극장 대표 등 주요 책임자들을 소환해서 관련된 질의를 하게 하는 등 진지하고 발빠르게 움직여서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문제로서 이 사태들을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일들은 일터의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집행부, 지도부의 통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믿어준 시민들,
‘시민윤리’로 연대하다


변혜정 원장 : “스웨덴 정부가 페미니스트 정부라고 했지만 이 사태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연대의 움직임이 백래쉬 없이, 어느정도까지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잔나 딜버 : “일단 반응 전반에 대해 평가하자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이다. 일각에서는 백래쉬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부정보다 압도적이다. 


  우리가 선택했던 미투 운동의 전략은 스웨덴의 체계, 조직, 시스템 차원에서의 문제로서 접근했기 때문에 조직 자체도 위험성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체계에 대한 평가는 결국 여성들 또한 포함되어 있다.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방관하거나 침묵한 것 또한 사건 발생에 일조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움직임에 동조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남성의 움직임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젠더의 역할,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관념들이 사실은 남성에게도 얼마나 해로운가에대해서 끊임없이 생각게 한다.



박영희 : “제가 스웨덴에 가서 부러움을 느꼈던 점은 세대를 아우르는 연대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들이 연대하는데 거기에는 아주 어린 연출부터, 백발이 성성한 대선배 배우까지 함께한다.


  한국은 미투가 개개인의 목소리로 내고 있고, 사실은 그 뒤에서 미투를 하며 우리 윗세대가 겪은 일들,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던 지금조차도 자유롭게 말 못하는 것들이 있는데, 스웨덴은 이러한 내용 없이 여성예술가들이 연대하고 있어 정말 부러웠다.


  한국에서는 내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사실 굉장히 고민하다가 세상 앞에 내 이야기를 하기 급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공동의 문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 하는 것이 상당히 학습 되어 있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익명성의 방식으로 미투를 이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이것은 당사자성이 있어야만 공감하고 지지하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일을 당하는 네 옆에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지지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즉, 나이와 세대의 문제나 유명세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런 차별에 영향을 받고 있고, 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연대의 근거로 활용되지 않았나 싶다.



변혜정 원장 : “스웨덴과는 다른 맥락에 놓여 있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며, 백래쉬를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젠더 문화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왜 한국은 성별과 세대, 유명세에 따라 이렇게 다를가? 근본적으로 젠더문화 민주주의, 시민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스웨덴은 한국의 당사자 운동을 너머서 그 이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연대의 힘은 ‘신뢰’로 보이는데 참 부럽다. 앞으로 제도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변화에  대해 꼭 다시 이야기해보자!!! 내년 이맘 때 또 다시 메일로 소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