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의 채비포커스

여성폭력 예방과 근절,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채비포커스 3호] “삶 그대로 함께봄 : 성매매 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 작성자시스템관리자
  • 작성일2018-09-19
  • 조회516


<기획의도>

“대화, 소통의 시작은 궁금함”

채비(채움과 비움)포커스는 우리사회 차별과 폭력 근절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위해서 기획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대중의 궁금함을 함께 고민하고 논할 수 있는 장으로서, 성평등 문화 형성을 위하여

우리가 어떤 것을 함께 채우고, 어떤 것을 비워야 할지 소통해보았으면 합니다.
  채비포커스는 사회적 이슈, 현안을 주제로 다양한 인물 및 단체?기관 등의 인터뷰로 진행되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 원장 혹은 외부인사 주도로 진행됩니다.


※ 우리사회의 #with you를 위한 준비로서 함께 ‘채비’해 보는 시간, 여러분의 인터뷰 참여를 기다립니다.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작품 <號鈴호령: 부를 호, 방울 령> 은 방울이 긴 줄에 달려 있어, 흔들면 굉장한 소리를 낸다. 이것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인권을 유린 당했던 성매매피해 여성들의 영혼을 달래고, 동시에 인권 유린에 동참한 사람과 사회적 구조에 살을 날리기 위해 설치되었다. 전시장의 문, 중앙에 설치되어 있다. 


  2018년 9월 13일 성매매추방주간(9.18~9.25.) 기념 특별전으로 마련된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 전시 시작은 묵념이었다.


성매매추방주간 특별전시 오프닝에서 변혜정 원장이 <號鈴 호령>을 흔들고 있다 



  성매매집결지의 100년이 넘는 역사의 기록과 기억을 모아 엮으며, 전시를 기획한 사람도,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자문한 사람들, 전시를 보러온 사람들도 각자의 깊이로 먹먹함을 견뎠다.


  성매매방지를 위한 큰 줄기로서 그 처절한 역사를 각자의 위치에서 기록하고 표현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더 나은 지속을 위해 ‘채비: 채움과 비움’ 하는 사람들을 변혜정 원장이 만났다.




- 변혜정 원장 :  “어떤 사람이 묻더라.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Arbeit Macht Frei’라는 제목을 써도 되냐고. 그러나 오랜 기간동안 묵묵히 누군가는 성매매 방지를 위해 언니들과 만나고, 누군가는 타인에 무관심한 이런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제목의 전시를 하는 것은 매우 특별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여성폭력 지원은 분절적인 법 체계를 지니고 있어서 피해자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매매방지 아카이빙 작업에 기획, 전시, 자문, 현장 등의 분야에서 흔쾌히 참여해 주셔서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들을 심화, 지속하기 위해 폭력의 역사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하면서 정책적으로 계속 제안해 나갈 예정이고, 오늘은 그 시작점이다. 오늘 채비 포커스는 성매매집결지 100년 아카이빙 전시의 작가, 자문위원, 기획단의 공식화된 작품 내용의 공유와 함께 작품에 대한 말씀, 그 뒷이야기 중심으로 꾸려나가고자 한다. 특히 성매매 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작업에 참여한 분들의 시선으로 말씀 부탁드린다.”




“각자의 장소에서 고민했고, 만나지게 됐다"


- 최윤정 큐레이터 :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성매매집결지 등의 문제에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자기 작업 안에서 이미 풀고 계셨던 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진정성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각자 작품들 자체가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고, 각자의 창작방법 안에서 각자의 미적인 방식을 토대로 작업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전시의 맥락에서 굉장히 필요한 작업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큐레이터로서의 사회적 실천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고, 여성과 국가와 성매매,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역사화 작업에 많은 분들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전시 포스터로 실제 사진을 차용한 것도 연관성을 강한 이미지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1969년 서울시에서 추진한 성매매 피해 여성 수용시설 ‘행복원’ 기공식의 사진을 차용하였는데, 이는 ‘Arbeit Macht Frei(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의 문구가 적혀 있는 나치 수용소를 연상케 한다. 이는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유린과 착취의 역사에 국가에 어떻게 개입, 관리해 왔는지 현실과 제도의 모순을 보여준다.”


성매매추방주간 기념 특별전 포스터 <행복원 기공식 사진>



- 대구여성인권센터 신박진영 대표 :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 온 것은 현장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전시를 통해 여러 분야 사람들을 만나며, 어떻게 이 시간에 만나지게 됐을까 놀랍다. 


  아마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하고 작업해오며 느꼈던 간절함들이 어느 순간, 필연적 만남으로 준비되어 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장이나 구호가 아닌 삶으로 듣는 것, 그리고 작가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 이번 전시의 큰 의미이다.
  이런 작가들의 방식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작업의 또 다른 주체로서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라고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우리는 이 구조 속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 고사리 작가 : “어머니는 시골에서 작은 여인숙을 운영하셨다. 성매매 업소와 맞물려 있는 유흥가 주변이 익숙한 상태에서 약 30년이라는 시간을 지내왔고, 그 구조 속에서 벌어진 돈으로 나는 교육을 받고, 이렇게 잘 자랐다.


  이 자리까지 커온 시간을 생각하면 슬픈 상황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시간이기도 했다.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 나를 칭찬해주던 옆 가게 아주머니... 내가 어떤 관점과 생각으로 이곳을 바라봐야 할까 눈앞이 하얘지기도 했다.


  이처럼 공간과 공간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인식의 변화를 실험해 보고 싶어 <무제>라는 작업을 했다.   <무제>는 아무것도 없는 의식의 공간으로, 무엇이든 제목이 될 수 있고, 내가 무슨 마음을 가졌는지 드러내줄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구조를 알아가는 나의 상태에서 우리의 자리에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생각들.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잘라내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했을 때 우리는 어떤 것을 말할 수 있을까?



- 김도희 작가 : “안팎 이중으로 잠겨있던 불탄 방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방이었다. 그 작은 방에서 유리에 보호돼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태극기가 탁 떨어져 있던 모습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고 느꼈다. 이방의 여성에게 태극기는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작업을 할 때 상념이 없고, 물리적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작업들을 이어간다. ‘미아리 텍사스’의 불탄 성매매 업소를 청소하러 다닐때에도 담담했다. 그런데 이번 작업을 마친 지금 이상하리만큼 슬픈 감정이 든다. 


  아마도 안정적인 거리를 가질 수 있었던 기존의 작업과는 달리, 나의 감정선이 연결되고, 나 또한 그 사회적 구조속에 연결되어 있다는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작품을 통해 내가 느꼈던 똑같은 강도의 ‘불편함’을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는 없지만, 스치듯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김도희 <떨어진 태극기>



"약 8평의 좁은 방이 우리에게 보내는 호통”


- 안종현 작가 : “어떤 것은 이슈가 되고, 어떤 것은 이슈가 되지 않는다. 그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슈가 되는 것에 관심을 두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용산 참사지 옆, 재개발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곳을 보게 되었는데 유달리고 슬픔이 느껴지는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은 성매매업소가 있던 자리였다. 


  성매매라는 프레임을 빼고 보니 보통 사람들이 사는, 그냥 쪽방이었다. 그 공간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관심 속에서 죽었다. 참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공간은 용산참사지보다 나에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보통성에 대한 관심을 주제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전시된 ‘붉은방’을 기획했다.”


안종현 <붉은방 - #16>



- 정원연 작가 : “2015년에 미아리 성매매집결지에 빈 점포를 전시장으로 쓰는 곳을 방문하였다. 성매매 영업을 하던 공간이 아주 작아서 깜짝 놀랐고 등골이 오싹했다. 가로 160cm에 세로 200cm. 이 크기가 현대인이 맺는 인간관계의 협소함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올 봄에 동두천 몽키하우스 방문을 계기로 미군 위안부가 있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관련 자료를 보니 한국사회는 나라가 조직한 양공주를 멸시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존엄을 지키려는 기백이 있었다. 살아서는 가난해서 몸이라도 팔아서 먹고 살 수 밖에 없던 한 맺힌 영혼들을 불러모아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람과 구조를 잡아가 달라고 기원하는 도구로써 호령을 만들었다.”


                                                                                                                                                        정원연 작가 <號鈴 호령>



- 오석근 작가 : “변해가는 건축물을 보며 한국 사회의 초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매매 여성의 고통이 축적된 신체와 시대에 따라 증축 변형된 건축물 사진을 왜 함께 나열하여 전시했는지 궁굼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건축물의 역사와 상관없이 오랜시간 개인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 증축 변형해온 건축물의 모습은 오랫동안 자본 때문에 혹은 시스템에 갇혀, 혹은 사회적 구조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성매매의 맥락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번 작업을 이어가며 여성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단체, 기관들과 예술이 접목되었을 때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느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미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인 만큼 앞으로 사회적 의제를 이끌어나가는 힘으로 예술가와 관의 접목이 장기적으로 계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석근 작가 <축>


“사회적 의제는 ‘협업’할 때 깊이있게 다뤄진다"


- 변혜정 원장 : “앞서 이야기 해주신 것처럼 예술가와 협업한 이번 전시는 매우 의미가 있다.캠페인성 인식개선은 한계가 있는 만큼, 공동작업으로서의 협업이 지속화 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가 끝나도 유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고, 의미화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화 작업들을 어떻게 의미화 해서 명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 최윤정 큐레이터 : “기획자로서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시스템’이다. 작가들의 관심에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들어가 있고, 그 의제를 실천적으로 실행하는 곳들이 기관, 단체인데 이것을 ‘협업’으로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의제가 더욱 깊이 있게 다뤄질 수 있도록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일은 기획자로서도 중요한 방향성이다.



“‘삶 그대로 함께봄’ 우리가 함께 가져갈 내일”


- 박정미 교수 : “지난 2011년에 성매매 관련 정책에 대한 박사논문을 냈다. 연구할 때만 해도, 이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지에 대한 불투명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접하며 현재 문제를 대면하는 것이 더 어려워 지고, 그러다 보니 역사적 문제를 통해 더욱 이야기하려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이제는 많은 분들이 학술적 주제로서, 예술 작품의 모티브로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알았고, 그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을 느낀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함께 본 것처럼, 활동가들과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으로 역사는 만들어지고 있다. 연구 분야에서도 현재의 역사를 대면하고 지속함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 신박진영 대표 : “이 자리에는 경험당사자가 실체적으로도 맥락적으로도 함께하고 있다. 아카이빙 전시라는 형식이 좋은 이유는 경험 당사자 여성들의 이야기가 역사와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 특정한 고정적 이미지나 틀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삶으로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성매매여성과 우리가 다르지 않음을, 시대와 시절 안에서 함께 이 시공간을 살아온 존재들임을 볼 수 있게 하고 함께 이후의 시간들을 고민해나갈 수 있는 바로 이런 방식의 아카이빙을 현장의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바래왔다.”



- 변혜정 원장 : “앞선 말씀처럼 우리는 그녀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럼에도 성매매피해 여성에 대한 일켠의 이미지, 편견들이 아주 많다. 그녀들의 삶에 대해서 보고,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도록 함께 노력해야 함을 더 많이 강조하고 싶다.


  정말 좋은 작품들을 함께 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