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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72호]<20대 눈으로 다시보기> 권력형 성범죄 : 대학미투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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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미투 : 권력형 성범죄


- 위드유 서포터즈 5기 김채미


'미투'는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피해자와 그들과 연대하는 많은 사람의 힘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유의미한 법률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동덕여대 H교수, 성신여대 ㄱ교수, 동국대 P교수, 중앙대 A교수, 한국외대 S교수, 수의대 H교수, 서울대  H교수, A교수 등 여러 대학 교수들이 미투로 고발되었다. 성신여대 ㄱ교수는 구두경고처분만을 받았고, 중앙대에서는 미투로 고발된 세 명의 교수가 모두 복귀했으며, 그 외에도 고발된 많은 교수가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학생들의 교수 파면 요구에도 불구하고 3개월 정직처분 조차 보기 힘들다. 오히려 학교는 우리에게 ‘용서하고, 수업 잘 듣고, 졸업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피해자가 졸업한 자리는 새로운 피해자를 만든다.



<당연함이 낳은 폭력>


대학 미투는 다른 미투와 마찬가지로 견고한 권력의 불균형 위에 존재한다. 교수는 학생의 진로 선택에 필수적인 학점과 졸업 여부, 학계에서의 인정을 손에 쥐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갑의 위치에 있다. 대학과 교수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교수들은 학생의 삶과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쉽게 학생들을 사용한다. 을의 위치에 있는 학생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2017년 대학원생에 8만 장의 책과 논문의 스캔을 강요한 서울대 교수는 학생에 의해 교육청에 고발되었지만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이후에도 바뀌는 것은 없다. 고발된 서울대 H교수의 경우 자신의 집 청소까지 학생에게 강요했다. A교수는 학생에게 번역작업, 논문 수정, 발표자료 제작 등을 시키고, 청탁을 요구하며, 술자리를 강제하고, 학생의 사생활과 학업 생활을 규제하는 등 학생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했다. 몇 년 어쩌면 몇십 년간 지속한 이 관계를 누구도 제재하지 않았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존의 불균등한 관계에 성별 권력이 더해져 강요에 의한 신체 접촉이라는 성범죄로 이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는 인권센터와 대자보로 A교수를 고발했으나 A교수는 ‘지압을 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학내 인권센터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권고한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해당 학과 학과장은 ‘학과에 대한 음해’를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전화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반지성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 이야기한 교수진의 말은 현재 대학과 교수가 권력형 성범죄를 어떻게 보는 지를 보여준다. 그들에게 허벅지 안쪽을 만지거나 술자리를 강요하는 등의 성범죄는 피해자만 가만히 있다면 아무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는 일이고, 용납할 수 있는 행위이다. 학교도, 인권센터도, 학과도, 그 누구도 A교수의 성추행에 놀라지 않았고, 충격받지 않았으며 교단에 서지 못할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시선은 달랐다. 약 6개월간 진행된 2,643인의 연서, 500여 명의 공동행동, 15일, 11일의 단식과 120명의 동조 단식, 1700여 명이 진행한 전체학생총회 등 학생들의 저항을 본다면 권력형 성범죄를 보는 그들의 시각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에 학생들은 ‘성폭력 교수에게 드릴 꽃은 없다’며 사라져버린 학생 인권에 대신 헌화를 했고, 7월에는 직위 해제된 후 비어 있는 A교수의 교수실을 학생 공간으로 전환했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다른 요소와 관계없이 성범죄자가 대학이라는 진리 탐구의 장에 들어올 자리는 없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는 권력형 성범죄를 비난하고 성범죄의 가해자를 존경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기존의 당연히 여겼던 권력 관계, 성추행, 성희롱에 의문을 던지며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왜 대학 미투를 계속해야 하는가>


학생들의 반발에도 대학들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많은 대학이 입을 다물고, 숨겨왔지만 피해자는 실재하고 피해는 사라지지 않는다. 모두가 침묵한다면 가해자는 가해를 반복할 것이고 피해자는 치유하지 못하며 대학은 지식인이 아닌 성범죄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다.

 대학 미투가 더 절실한 이유는 권력형 성범죄가 대학과 학과 구분 없이 만연하고 당연하게 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학문의 지식을 배워가고, 앞으로 취업을 하고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배우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우리가 강의 중의 성희롱과 교수와의 관계에서의 성범죄를 간과한다면, 권력형 성범죄가 허용된다는 일부 교수의 인식이 학생들의 지식이 된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습득한 학생들은 취업 후, 다른 활동에서의 성범죄에도 침묵하고, 가해자가 된다.



<대학 미투의 내일>


대학 미투가 전하는 메시지는 ‘당신은 잘못된 것을 당연시 여겨왔다’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현재도 작동하고 있다. 피해자와 연대하는 대학생들이 그 증거이며,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등 권력층의 지지 입장이 그 증거이고, 대학 미투 기사들을 보며 충격을 받는 우리들이 그 증거이다.
7월 7일 국회 앞에서 대학 미투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서 학생들은 국가에 대학 내 인권 문제 해결의 책임을 요구했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 내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


전문성이 부족한 교내 인권센터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2차 가해를 하기도 한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의 수업 배제 및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재단 이사회와 교수 위주의 징계위원회에서 벗어나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인권센터를 내실화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A교수 사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에 서울대는 징계위원회 운영 방침 개선과 피해자의 정보 확인을 약속했다.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인권센터와 징계위원회의 전문성이 향상된다면 적어도 권력형 성범죄와 가해자의 처분을 다루는 자리에서는 이 정도는 용납된다는 인식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권력을 약화할 제도를 만들어 더는 대학 미투가 필요 없는 사회를 꿈꾼다. 그 사회에서 대학은 성범죄를 재생산하는 공간이 아닌 학생 인권과 교수에 대한 존경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존재할 것이다. 대학에 가해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