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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71호]<칼럼>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 등 법과 제도에서 우리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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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 등 법과 제도에서 우리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


 『연애도 계약이다』저자 박수빈 변호사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별을 고한 연인에 대한 보복으로 연인과 촬영했던 영상을 인터넷이 공개한다든지, 몰래 연인의 신체를 촬영하는 등의 디지털매체를 활용한 성범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나에 대한 불법촬영물이 어딘가 떠돌고 있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 지난 연애를 돌아보며 그런 짓을 할만한 사람이 혹시 있었는지를 떠올리고, 혹시나 그런 상황이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름 좋았던 지난 연애의 기억은 불안감으로 얼룩진다. 지금의 연인은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하고 괜한 불안감이 가끔 머리를 스치기도 한다. 디지털성범죄도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조심한다고 피해지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장소 등에서 이루어지는 단발성 불법촬영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연인간 벌어지는 불법촬영범죄는 훨씬 다층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전체 가해자의 약 5%는 연인이라고 하는데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내밀한 관계에 있는 사이에서 촬영된 것이기 때문에 침해의 정도가 더 심하고, 잠재적 가해자들이 불법촬영물의 유포에 적극 가담한다는 점에서 향후 촬영물의 완벽한 삭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한편으로는 위와 같은 사회적 배경을 등에 업고 가해자는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피해자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협박 등 별도의 범죄에 수단으로 불법촬영물이 활용되는 것이다.

 

한편, 일단 불법촬영이 이루어지고 나면, 촬영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고의로 유포하지 않더라도 우연한 기회에 언제든지 타인에게 제공되거나 널리 유포될 가능성도 있다. 하다못해 해킹이라든지, 실수로 다른 사진을 올리려다 잘못 올린다든지, 자동으로 클라우드 공유가 되어버린다든지 하는 등의 일을 포함해서 말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가해자가 촬영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가해자가 유포하겠다고 굳이 협박하지 않더라도 유포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법원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태는 위와 같이 심각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대처는 충분하지 않다. 촬영물 소위 리벤지포르노로서 이미 소비되어 버렸거나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아니라 단순 불법촬영죄(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동의없이 촬영당한 것이 속상한 줄은 알겠는데 일단 유포 안되었으니 그나마 괜찮은거 아니냐, 어디 맞은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 처벌을 해야하느냐, (가해자와 연인사이었다면) 사귀던 사이에 사진 좀 찍을 수도 있지라는 목소리가 판결을 통해 전해져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법원의 태도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의 수준을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저지른 피고인들 중 약 72%가 벌금형(그중 300만원 이하 벌금형은 약 80%), 15%가 집행유예, 7%가 선고유예를 선고받는다고 한다. 징역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6%도 되지 않는다. 촬영물을 유포하는 경우에도 약 79%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 처벌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법원의 태도는 세상의 수많은 디지털성범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게 될까? 피해자들은 우리 사회가 불법촬영을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보이는 이와 같은 관용앞에서 모멸감을 느끼진 않았을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불법촬영되었다는 그 사실, 피해자의 의사는 법원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일까.

 

법원은 왜 그러는 걸까요?

 

그렇다면 왜 법원과 국민 사이에 이와 같은 온도차가 발생하는 것일까? 그 동안 법원의 판결에 비추어 법관들에게 대체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판결문에 등장하고, 성범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추궁하는 수사 및 재판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등장한 것도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강간 및 강제추행 같은 전통적 성범죄 사건을 다룰 때 뿐만 아니라 디지털성범죄를 다룰 때 훨씬 고도의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 대한 이해까지 추가되어야만 이 죄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 때문에 불법촬영물의 유포가능성에 대한 공포, 자신의 신체를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 등 인격권을 침해당한 사실에 대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법원에 제대로 가 닿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의심해본다. 법원이 살인이나 상해, 강간처럼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는 범죄에 비해서 디지털성범죄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탓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따라서 디지털성범죄와 관련한 양형기준을 설정함으로써 법관이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하루 아침만에 법관들이 성인지 감수성에 입각한 판결을 내리도록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7기 양형위원회는 지난 2019. 6.경 양형기준에 디지털성범죄를 범죄군에 포함하기로 하고 적정한 양형기준을 2020. 3.경에 최종 의결하기로 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제라도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환영한다. 행여라도 가벼이 여겨지지 않도록 양형위원회의 논의과정을 유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촬영죄보다 유포죄가 더 큰 문제

 

사실 피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촬영물이 유포되는 일이다(특히 촬영 당시에는 촬영에 동의했을 경우 상황이 좀 더 어렵다). 단순히 상대방이 촬영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를 촬영죄로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법원에 촬영물유포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그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한 사실이 있다거나, 피해자가 촬영 당시에는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 촬영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유포가능성을 시사하며 협박을 했다거나 해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가해자가 촬영물을 유포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데 제도의 허점이 있다.

 

우리 법제는 유포범죄의 중대성에 대해서 아직 충분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을 노리고 촬영죄로 벌금형을 받은 가해자가 보복성으로 유포범죄를 저지르는 재피해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촬영죄의 경우 불법촬영물을 압수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방안, 촬영죄 등에 대한 유죄판결시 촬영물에 대한 삭제명령을 함께 선고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촬영죄 유죄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영상을 유포한 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면 좋겠다.

 

형사 처벌의 수위를 높인다는 것은 범죄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나는 거기에 더해서 우리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권을 적극적으로 인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나,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촬영물을 유포하는 등의 행위가 중범죄라는 점은 형사처벌을 통해서 보여주고, 형사처벌 외에도 그러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경제적으로 매우 큰 위기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법원이 판결로써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체가 촬영된 동영상을 가지고 있을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촬영물유포금지가처분을 신청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법원은 가해자에게 가처분을 위반할 경우 간접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그 액수를 매우 높게 설정하여 위반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사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일단 유포가 된 사실이 입증이 되면 피해자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인정하면 좋겠다(정보통신망 플랫홈 등을 통해 유통된 경우라면 해당 관리자에게도 연대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판결들을 통해 법원은 가해자들에게 타인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 죄에 대한 대가를 엄중하게 묻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제도의 개혁이나 새로운 정책입안은 정공법인 동시에 시간이 걸린다.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그 법령이 도입되던 목적에 충실하게 활용하는 일은 지름길이 될 것이다. 법의 적용은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일이다. 좀 더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판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