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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70호] 20대의 눈으로 #스쿨미투 다시 보기 - 우리의 말하기가 계속되도록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6-25
  • 조회501




20대의 눈으로 #스쿨미투 다시 보기

- 우리의 말하기가 계속되도록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사진 : 위티 제공)



말하기 시작한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다. 스쿨미투 집회에서 발표한 선언문의 제목이다. 수십 년간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 학내 성폭력이 폭로됐다. 100개에 가까운 학교에서 고발 계정이 개설됐다. 학교는 아수라장이 됐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론화를 막으려 했고, 전수조사 과정에서 고발자의 신변이 유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피해자의 편이어야 할 상담센터에서 가해 교사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미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사례도 있었다. 스쿨미투는 개별 가해교사를 넘어, 그간 학내 성폭력을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청소년들은 가해 교사 처벌 과정에 관여하지 못했다. 가해자 처벌을 위한 기구는 대부분 학생을 제외한 채, 교사와 자문위원으로 구성됐다. 심지어 시도교육청에서는 가해 교사의 징계 여부조차,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공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발 이후, 학내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는커녕, 가해 교사가 제대로 처벌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201811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학생의날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사진 : 집회 스태프 아영)



국가가 차일피일 해결을 미루는 동안에도 고발자들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학생의 날 맞이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시작으로, 인천, 대구, 부산, 충청까지 총 5개 지역에서 스쿨미투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스쿨미투 고발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적인 요구로 모아냈다. 우리는 스쿨미투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성평등 교육 실시, 사립학교법 개정, 검경의 적극적인 수사를 제시했다. 한 달간 지지 서명을 받았고, 4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지지하는 마음을 보탰다. 올해 2월, 우리는 제네바를 방문해 UN에 스쿨미투를 알리며,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고자 했다. 그 결과, 스쿨미투가 UN아동권리위원회의 쟁점질의목록으로 선정되는 성과가 있었다.


학교 담장을 넘어 국제사회에까지 스쿨미투 고발을 알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초라했다. 교육부는 학교 수가 너무 많아서, 교사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전수조사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성차별적인 내용으로 논란이 되었던 학내 성교육 표준안은 여전히 각 시도교육청의 참고자료로 쓰였다. 가해 교사가 처벌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신고센터를 신뢰하지 못했다. 교원총연합회는 “미투 때문에 교사들이 교육적 지도를 회피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불편함을 말할 때마다 돌아오는 “너도 미투할 거냐”는 조롱은 학생들의 입을 막았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지 않고, 일상적인 성폭력 문화와 수직적인 위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5월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스쿨미투 토크콘서트 ‘그것은 교권이 아니다’를 진행했다. 미투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면, 그것은 원래부터 ‘교권’이 아닌 폭력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스승에게 감사할 수 없는 고발자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511일 서울 합정역 부근에서 열린 ‘#스쿨미투 토크콘서트 - 그것은 교권이 아니다

(사진 : 위티 제공)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불편함을 말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을 모았다. 그동안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도 청소년은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아닌, 문제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8년, 우리는 이미 말하기를 시작한 용감한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을 보았다. 우리는 청소년 페미니스트들의 말하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이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다. 전국 6개 지역에서 12번의 간담회를 진행했고, 150여 명의 발기인과 함께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WeTee, We Are Teenager Feminist, With Teenager Feminist!)’를 창립했다. 단체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wetee.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7일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열린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창립총회

(사진 : 위티 제공)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를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가해교사 징계 여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했고, 정보공개청구 취소 처분이 나자, 이에 대해 저항하는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위티는 올 여름, UN아동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제출할 추가 보고서를 작성한다. 지난 2월, 위원회의 본 심의 의제로 ‘스쿨미투’가 선정됐다. 위원회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권고안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를 위해 청소년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위원회에 전하기 위한 대중 캠페인, 연속 집담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의 말하기는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