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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67호_칼럼] ‘빵과 장미’를 향한 우리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03-25
  • 조회187

[뉴스레터 67호_이십대 눈으로 다시보기]

‘빵과 장미’를 향한 우리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위드유 서포터즈 5기 송영주


  “여성의 생존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라!”


  1908년 2월 28일 미국 뉴욕, 1만 5천여 명의 여성 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집회였던 이들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동환경 개선과 여성 투표권 쟁취를 외치며 도시를 가로질렀다. 당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활발했던 서구사회에서 ‘여성 노동자’의 존재는 지워져있었고, 그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만 했다. 가장 지저분하고 궂은일을 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은 당시 남성 노동자의 절반에 불과했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사회에 발언하고 행동할 기본 권리인 투표권이 없었다. 참다못해 거리로 뛰쳐나온 여성들은 노동조건의 개선과 여성의 지위 향상, 참정권 등을 요구했다.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즉, 빵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의미했다.


  이 날의 대규모 행진을 발화점으로, 미국에서는 이듬해부터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여성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여성 선거권 쟁취를 결의하는 집회가 열렸고, 의류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투쟁의 원심이 되어 일하는 여성의 존재를 사회에 각인시켰으며,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의 개혁에 대한 여성들의 폭넓은 연대를 이끌어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해왔으며, 1922년부터 3월 8일이라는 날짜에 맞추어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111주년을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 한국의 여성인권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적지 않은 세월동안 많은 이들이 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애써왔지만,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인권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논란, 검찰·예술·연예·정치·학교·스포츠·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온 여성들의 #미투 등은 한국 사회의 여성 인권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한, 성별 임금격차, 유리천장 지수, 가사 분담률을 포함한 각종 지표에서도 한국 여성의 지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여전히 여성들의 삶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위드유 서포터즈 5기로 활동 중인 나는 111년 전 시작된 여성들의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며, 오늘날의 여성들에게도 ‘빵과 장미’는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주관한 ‘제 35회 한국 여성대회’에 자원활동가로도 참여했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 #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였다. 이번 한국 여성대회는 <3.8 시민난장>, <3.8 기념식 및 문화제>, <3.8 거리행진 및 마무리>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3.8 여성대회 행사를 진행하면서 여성운동상, 제31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성평등 디딤돌 수상자의 연설이 진행되었던 ‘우리는 말한다’ 프로그램 때 가장 많이 울컥했고 가슴이 아팠다. 이번 여성운동상은 일생을 여성인권 향상과 여성운동의 발전을 위해 기여했고, 전시성폭력 문제를 국제적 인권이슈로 이끌어 왔던 평화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님이 수상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스스로 ‘평화 나비’가 되셨던 고(故) 김복동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성폭력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 한 개인에 불과한 내가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 지 고민하면서 정말 많이 울컥했다.


  또한, 2018년 한국 사회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서지현 검사가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언젠가 우리가 당했던 차별 이야기들이 전설로 남을 날을 꿈꾼다. 옛날 옛날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대! 정말 말도 안 된다며 놀라워하는, 여성 차별이라는 것이 남아있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후손들을 만나게 될 미래를 꿈꾼다”는 서지현 검사의 발언을 들으며 나도 함께 희망 가득한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행사의 마지막으로 광화문 광장부터 종로 일대를 행진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3.8 여성의 날과 그 의미를 알리고, 성평등한 사회의 실현을 위한 핵심 메시지와 슬로건을 외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행동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낙태죄 폐지,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차별 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성평등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미투 가해자 엄정 처벌, #미투 피해자 일상 회복, #미투 법 개선, #미투 예산 확보’ 등의 의제들을 함께 외치면서, 우리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여성들의 용기와 열망은 서로 연결되어 더욱 강하게 타오르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일상 속에서 쉽게 겪지 못했던 ‘연대감’을 느꼈고, 이번 여성대회를 통해 느꼈던 감정들은 앞으로 일상 속에서 성평등을 실천하는데 있어 우리의 ‘용기’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의 서프러제트들과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으로 여성의 참정권, 호주제 폐지 등을 이뤄냈듯이, 나 그리고 지금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현재 처한 여성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며, 해결방향을 모색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서지현 검사가 말했던 ‘그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빵과 장미’를 향한 우리들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근절되고, 성평등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