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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원X헤이메이트_우리가 사랑한 모든 여자들에게] 영화 '미스 슬로운' (윤이나)

  • 작성자기관홍보
  • 작성일2021-10-28
  • 조회1776

<내 임무는 이기는 거고, 난 어떤 수단이든 사용할 책임이 있으니까>
이기기 위해 싸우는 여자, 슬로운


<영화, 미스 슬로운> (from. 윤이나)



  요새는 화요일을 기다립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수요일이 오는 것도 즐겁습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 있으니까요. ‘캣 파이트’라는 편견이 가득한 단어로 덧씌워지지 않는 건강한 싸움을 하고있는 여성들을, 그것도 한 번에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 팀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는, 탈락 위기의 순간에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책임을 지고 그 무게를 견디는 게 어른”이라고요. 최선을 다해, 두려움 없이 경쟁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어른 여성’을 보면서, 잘 싸우는 일에 대해서, 이기고 또 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잘 싸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아는 가장 잘 싸우는 여자는, <미스 슬로운>의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입니다. 로비스트인 슬로운은 저를 즐겁게 해주는 TV속 여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싸움을 합니다. 대중 예술이나 스포츠의 싸움이 정치의 싸움과 전혀 다르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싸움의 방식과 싸움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말하는 거예요. 슬로운은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않거든요. 슬로운에게는 지켜야 할 선이 없고, 룰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일 뿐입니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쓰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는, 슬로운은 그런 사람입니다.


  슬로운이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로비를 해야하는 이슈는 미국의 총기 규제 법안과 관련된 것입니다. 총기 규제에는 미국 사회와 정치의 첨예한 이슈가 모두 얽혀있는 데다가 합법화 쪽이 가진 거대한 권력 때문에 규제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인 것이죠. 진 적이 없는 로비스트인 슬로운은 이 싸움에서 패배가 예정된 쪽에 섭니다. 여기까지는 멋지죠. 질 각오를 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싸움에 뛰어든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슬로운은 질 생각이 없습니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할까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는 관용구가 여기에서 등장합니다. 


 “내 임무는 이기는 거고, 난 어떤 수단이든 사용할 책임이 있으니까.”



  슬로운은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합니다. 불법적인 수단을 아무렇지 않게 동원하고, 적 뿐만 아니라 아군도 이용하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돕는 사람을 배신하고 그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도 감수합니다. 심지어 총기 사건의 피해자였던 동료인데도 말이에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이야기는, 슬로운이 승리를 위해 자기 자신까지도 미끼로 삼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끝이 납니다. 슬로운은 책임을 다한 것이죠. 승리하기 위해서요.





  재미있는 일입니다. 저는 자기 일을 하는 여성들이 승리하기 위해 자신의 철학을 꺾느니, 지키며 패배하는 모습에 감동합니다. 패배가 예상되어도 끝까지 싸우고, 스포츠맨십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배우기도 하고요. 하지만 동시에 영화 속 현실에서 ‘옳은 일’을 향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옳지 않은 수단까지 동원해 승리하는 여성을 보면서도 세상을 배웁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여성이 있고, 이들이 일상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싸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잘 싸우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 역시, 싸우는 여성 개인 안에 있고 모두 다르다는 것도요.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심지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순간에도, 결과에는 책임을 지죠. 결국 잘 싸운다는 건, 나의 선택이 만든 과정과 결과 모두에 책임을 지는 싸움을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어른이고요.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은 없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모두 잘 싸울 수는 있지 않을까요? 제대로 책임을 지기만 한다면요. 신념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증명하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 성취하기 위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잘 싸우는 여성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작가 소개 [윤이나]

 - 더 나은 여성의 삶을 위한 콘텐츠팀 ‘헤이메이트’ 멤버
 - [시스터후드] 운영 중
 - 저서 [둘이 같이 프리랜서], [여자들은 먼저 미래로 간다], [미쓰윤의 알바일지],  
   [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테니까],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등
 - 와일드블랭크프로젝트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