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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원X헤이메이트_우리가 사랑한 모든 여자들에게] 드라마 '출사표' (황효진)

  • 작성자김정미
  • 작성일2021-09-30
  • 조회1119

누가 주는 기회 말고 우리가 만들면 되죠.”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

(from. 황효진)

 

정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건 오랫동안 저의 콤플렉스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게 콤플렉스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습니다. ‘운동권이 무엇인지, ‘학생 운동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캠퍼스에서 대학생 시절을 보냈지만 이게 사회와, 혹은 정치와 정확히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어요. 당연히 어떤 정당과 정치인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도, 그 중 여성 정치인은 누가 있으며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무관심했습니다.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제가 절대 잊지 못하는 경험이 하나 있어요. 문화 예술 행사를 기획하는 팀에 들어가고 싶어 면접을 봤던 대학생 시절의 일입니다. 면접관은 저에게 물었어요.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말문이 막힌 저는 더듬더듬 대답했습니다. “정치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데요.” 대답을 들은 면접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문화 예술 기획도 할 수 없는데...”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이상한 면접을 봤다고만 생각했어요. ‘문화 예술 기획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을 뿐인데, 내 정치적 성향을 왜 묻는 거지?’라고 오해하면서요. 정치는 저에게 늘 그런 것이었어요.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싫은 것, 딱히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것, 어른들이나 관심 있는 것.

 

20207월부터 8월까지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의 구세라는 자신이 하는 일이 정치인 줄 모르지만 그 누구보다 성실한 정치를 하는 인물입니다. 제대로 된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고 있던 세라는 구의원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이전에도 마원구의 민원왕으로 유명했던 그는 구의원이 된 후에도 많은 것을 바꿔보려고 노력합니다. 마원구를 더 나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서지요.

 

세라는 구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없는지 자세히 살피고,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귀 기울여 듣고, 아무리 큰 권력과 결부되어 있는 일이라도 부조리하거나 불합리하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바꾸기 위해 움직입니다. 게다가 더 나은 마원구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버리지 않을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인 다른 여성, 손은실 후보를 찾아가 구청장에 출마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두 번 실패한 정치 지망생에게 누가 기회를 주겠냐고 머뭇거리는 손 후보에게 세라는 말합니다.

 

누가 주는 기회 말고 우리가 만들면 되죠. 인생 삼세판이잖아요.”

 

구세라를 보며 누가 주는 기회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원하는 길을 만드는 것이 정치라는 걸 알게 됐어요. 누군가는 모략과 전략을 이용해서 힘을 갖는 게 중요한 판 자체가 정치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제가 보고 싶은 정치인과 정치는 구세라와 그가 하는 일 같은 것입니다. 약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 고민하고, ‘나중에를 외치는 대신 지금세상의 일부라도 바꾸어내는 일 말입니다. 오랫동안 제가 정치의 속성이라고 오해해왔던 부분은 구태일 뿐, 그게 정치의 핵심은 아니니까요. 걷어내면 그만이지요.

 

요즘은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어떤 메시지를 내보내는지 유심히 보고 듣고 있습니다. 치는 권력 싸움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사회의 상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미래를 앞당기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편지에서 윤이나님이 이야기했듯, 우리는 일하는 여성이며 따라서 아파서 일하지 못하거나 일 때문에 아파지는 순간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처음으로, 정치가 기대되기 시작했어요.